서론
본인이 참가했던 대회는 제11회 화성시복싱협회장배 생활체육 대회이다. 사실 그렇게 큰 대회는 아니고.. 말 그대로 생활 체육 대회이다. 물론 선수를 준비하는 꿈나무 친구들도 여럿 참가했지만 그런 친구들은 대부분 중학생, 고등학생이었다. 참가한지 시간이 꽤나 지났지만 기록하고 싶기에 작성한다...!!
미리 스포하자면.. 20대부 -60kg 2전 2승으로 금메달을 걸게되었다 !.!
오전 8시 출발
혹시나 지장이 갈까 간단하게 요기를 한 후 체육관으로 출발했다. 매일 가던 체육관이었지만 그 날따라 체육관이 어색했다. 약 20명의 사람이 모였고 관장님이 오신 후 같이 운동하던 형님 차를 얻어타 출발했다. 간단하게 대화를 나눴다. "이기던 지던 그냥 뭐 경험하는거죠~"라고 말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굉장히 떨렸고 이기고 싶었다.
오전 9시 대회 시작
경기는 9시에 시작했다. 첫번째 경기가 체육관 중학생 친구여서 구경해야지.. 라고 생각하다가 대진표를 확인했는데... 내 경기 순서는 첫 경기 7번째, 이길 시 19번째 경기였다. 갑자기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맘 놓고 경기 구경할 때가 아니구나..ㅠㅠ
그때 생각으로는 마음도 가다듬고 이 장소가 익숙해져야 경기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오후에 경기를 하는 것이 좋을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미묘한 긴장감이 경기에 도움이 더 되었다. 결국 난 운이 좋았다^^.
오전 9시 40분 첫 경기 시작
몸도 가볍게 풀고 옷도 갈아입고 내 경기가 다가왔을 때 글러브도 끼고 헤드기어도 꼈다. 정말 너무 불편했다. 본인 머리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대회장 공용 헤드기어는 너무 불편했고 글러브는 너무 작고 돌처럼 느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내가 긴장하고 불안해서 벌써부터 핑계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링 위에 올라서서 상대를 보았는데...
도무지 -60kg으로는 보이지 않는 키는 180정도 되보이는 분이 올라왔다... 본인은 170도 안되는 작은 신장을 가졌다. 키 큰 사람만 만나지 않게 그렇게 빌었지만 인생은 역시 쉽지 않다.... 순간 내가 잘못 올라왔나라는 생각도 했다. 생각이 복잡해질 뻔 했지만 정말 생각할 새도 없이 경기는 시작됐다.
예선 1라운드
1라운드 공이 울렸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뭘 해야되지? 그냥 뚜벅뚜벅 걸어 앞으로 나갔다. 가볍에 바디 잽을 날렸는데 정말 톡 건드렸다. 닿는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닿지 않았다. 상대방의 최적의 타격 거리에 나는 서있었고 그래서 닿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상대방이 큰 신장에도 불구하고 인파이팅으로 엄청나게 압박을 했다. 나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회였다.
상대방이 아웃복싱을 했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했겠지만 앞으로 다가와 압박하니 나도 어떻게든 해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본인은 왼손잡이어서 사우스포 복싱을 구사했고 흔히 말하는 '슥빵'을 주로 쓰며 뒷손에 힘을 많이 싣는 스타일이었다. 처음 뒷손을 질렀을 때 누가 팔 위에 돌을 얹은 것 같았다. 허리 회전도 되지 않았고 주먹 나가는 속도는 정말 슬로우 모션처럼 느렸다. 별수 있나... 그냥 해야지. 일단 상대방이 압박해 들어오면 최대한 회피한 후 나의 타격 거리 안으로 이끌고 열심히 때렸다. 그래도 신장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상대방의 빈 바디 공간을 많이 때렸다. 물론 경기중엔 이런 생각이 안들었고 경기 영상을 보니 무의식에 그렇게 했다..ㅎ. 어쨌든 1라운드는 어찌저찌 끝났다. 근접전이 많이 펼쳐졌지만 서로 큰 펀치는 허용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았다. 관원분들이 평소에 대회 나가서 2라운드 하면 숨도 안쉬어지고 다리에 힘이 풀려 링 계단 내려오는 것도 힘겹다고 그렇게 겁을 주어서 그런지 그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2라운드가 끝나고는 달랐다...
예선 2라운드
2라운드 공이 울렸다. 상대방은 그새 체력이 회복 되었는지 무섭게 압박했다. 거의 클린치 상황이 나왔는데 살짝 뿌리치고 의미없는 바디를 거의 5대를 쳤다...ㅋㅋ (영상보니 연속 냥냥펀치를 톡토도독 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러다 또 압박... 상대방이 압박하면 가드하다가 뒷손 가드하다가 뒷손.. 이런 식으로 경기를 많이 풀어나갔다. 상대방은 원투 연타를 많이 쳤는데 그때마다 가드가 내려갔다. 그렇게 2라운드 30초쯤 처음으로 뒷손 스트레이트가 적중했다. 상대방이 흥분 했는지 더 강하게 압박했다. 링으로 몰린 본인은 빠져나갈 생각을 못하고 가드로 어버버 하다가 상대방이 클린치를 했을 때 어깨로 밀고, 중심이 무너졌을 때 또 뒷손 스트레이트를 적중시켰다. 당연히 의도한건 아니고... 그렇게 한 줄도 몰랐는데 영상 보니 그렇게 했더라... 크고 작은 펀치들을 맞긴 했지만 다행히 턱이 들리거나 얼굴이 돌아갈 정도의 펀치는 맞지 않았다. 그렇게 2라운드가 끝났다.
총평을 해보자면.. 솔직히 진 줄 알았다. 본인은 한 대도 못때렸다고 생각했다. 단지 압박 당한 것 밖에 생각이 나지않아 완패라고 생각했는데 심판은 내 손을 들어주었고 의아했다. 나중에 영상으로 확인해보니 본인이 낸 펀치 수도 많았고 유효타도 많았다. 긴장하면 뭐했는지 생각도 안난다는게 무슨 말인지 깨달았다. 어쨌든 이겼다....!
링에서 내려오는데 긴장이 풀려 몸이 떨렸고 다리가 안움직였다. 12번의 경기 이후 2번째 경기를 해야하는데 진지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승 1라운드
약 2시간 정도 휴식을 취했고 어느정도 안정되었다. 두번째 경기때 알았는데 개인 헤드기어를 써도 된단다.... 체육관에서 자주 쓰던 헤드기어를 꼈고 한결 마음이 편했다. 그렇게 다음 순번이어서 대기를 하고 있는데 갑분 개회식이 진행되었다.. 다시 헤드기어와 글러브를 벗었고 바로 옆 내 상대방이 있길래 힐긋힐긋 보았다. 개회식 때문에 약 20분 정도 대기 시간이 생겼는데 본인은 그 시간이 더 긴장돼서 안절부절 못하고 앉아있었다. 하지만 상대방은 정말 집 안방처럼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반쯤 누운 자세로 있었다. 솔직히 쫄았다... 키는 본인과 비슷해서 처음에는 안심했는데 저런 여유있는 모습을 보고 아... 고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20분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링에 올라갔다.
상대방과 글러브 터치를 하고 가볍게 페이크 잽 후 뒷손을 날렸는데 맞았다. 응?... 너무 쉽게 맞혔다. 약 5초정도 대치를 하고 또 같은 패턴으로 앞손 페이크 후 뒷손.. 또 맞혔다. 으응?.... 다음에는 앞손 주고 뒷손 바디를 때렸는데 나즈막한 상대방의 "억.." 소리를 들었고 데미지가 있음을 알았다. 다음 다시 앞손으로 가드 걷어내고, 뒷손 바디 후 뒷걸음질치며 움츠러드는 상대방을 보았고 다시 바디를 때렸다. 확실히 승기를 잡았음을 느꼈다. 앞으로 다가가 압박했고 뒷손 스트레이트, 앞손 훅이 적중했다. 상대방의 첫번째 다운이 선언됐다.
상대방의 OK 사인 후 경기가 재개되었다. 서로 대치하다가 뚜벅뚜벅 걸어오는 상대에게 뒷손 스트레이트가 적중했다. 턱이 분명 들렸다. 그리고 뒷손 바디... 그 후 서로 작은 펀치들을 주고 받았다. 상대방은 가드가 상당히 높았고 바디가 자주 비어있음을 알았다. 더킹 그리고 뒷손 바디 후 가드가 내려간 상대에게 뒷손 훅이 적중했다. 또 다시 상대방의 턱이 들렸고 그대로 상대방에게 두번째 다운이 선언됐다. 상대방 관장님의 선수 보호 차원에서 약 30초의 시간을 남겨두고 항복을 선언하셨다. 그렇게 두 번째 승리를 했다.
후기
2경기 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큰 대회도 아니고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 우승한 것도 아니지만 그냥 기분이 좋았다.. 생활체육대회 특성상 참가자가 많지 않고 일반인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부전승으로 올라와 1승으로 우승을 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고 상대가 없으면 0경기 우승으로 금메달을 딸 수도 있다. 인원이 몰리는 체급에서는 2경기를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게 본인에 해당됐다.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었으며 뿌듯했다.
무엇이든 상관없다. 모두 도전할 기회가 있다면 꼭 도전해보았으면 좋겠다... 아주 값진 경험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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